[단독] 北, 마음만 먹으면 엿듣는다…정부 기관 '도청 무방비'

입력 2023-04-18 15:31   수정 2023-04-18 19:21


기획재정부와 통일부 등 주요 정부 부처 상당수가 도청(盜聽) 대비 ‘사각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입법·사법부 주요 기관과 주요 광역단체, 공공기관 1500여곳의 도청 방지 시설 도입상황을 조사한 결과, 85%가량의 기관이 도청 방지에 손을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미국이 용산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공공 영역의 ‘보안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에 따르면 정부 부처와 광역 및 기초 단체, 공공기관,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 사법부, 입법부를 통틀어 ‘상시형 도청 방지 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 1509곳 중 15.4%(233곳)에 불과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주요 광역단체(58.8%)와 대통령실, 국방부 등 중앙정부부처(37.3%)는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과 사법부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사법부에서는 헌법재판소만 유일하게 설치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재임당시인 2020년 집무실과 관사 등 17곳에 2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바 있다.

국정원 ‘국가정보보안기본지침’ 93조에 따르면 각급 기관장은 도청으로부터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적 보안대책과 도청을 예방·탐지할 수 있는 물리적 기술적 보안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국정원이 각급기관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이 지침은 2021년 11월 개정하면서 도청 ‘예방’내용이 대폭 강화됐다.

하지만 각급 기관이 이 지침을 지키지 않더라도 마땅한 제재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보안 불감증’이 만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도 이를 우려해 법률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강석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 의원이, 21대 국회에서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각급기관이 도청 등에 대비한 보안대책을 강구하도록 법률로 규정해 피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아직 계류중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와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상시형 도청 방지 시설을 마련한 기록이 없었다. 국회는 국회의장실, 상임위원장실 등에는 방지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만 개별 의원실은 방치돼있다시피 하다. 마약 밀수 등을 단속하는 관세청에도 도청 방지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탐지기능은 없지만 24시간 방어기능이 되는 제품을 수의계약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통일부는 외교·안보 부처인 만큼 상대(북한)가 끊임없이 우리 측 의도를 알고자 도청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상시형 도청방지장치를 쓰고 있지 않은 기관은 국정원이나 전문업체를 불러 일회성 방문 탐지를 하는 기초 단계 대비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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